미드를 보다보면 언젠가부터 손을 놓게 되는 드라마가 있고
끝까지 몰입해서 보게 되는 드라마가 있고
그 드라마가 내 감정과 삶을 뒤흔드는 드라마가 있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내 감정의 멱살 잡고 끝까지 보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너무나도 실제와 닮았기 때문에 내가 일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그런 일들이
한 소녀의 인생을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해 13가지 이유를 해나는 정리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네가 내 죽음의 원흉이야라고 처절하게 외쳐대는 그 테이프는 소녀감성의 이상이
담긴 테이프이기도 했다. 그 테이프를 받아든 이들이 전달하지 않았다면 클레이가
받아들 수 있었을까하는 우스운 생각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더 슬퍼진다.
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리버티 고등학교로 온 해나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왕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파티를 찾아가고 멋진 농구부 남학생인 저스틴을 만나
드라마틱한 첫키스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시작과는 다르게 저스틴이 찍은 해나의 민망한 사진이 학교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그 사진이 시발점이 되어 짖굳음을 넘어선 성희롱적인 농담,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버린다. 해나의 부모님이 현실에서 왕따의 문제를 찾는 것과는 다르게 괴롭힘과 따돌림은
이제 인터넷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소문은 꼬리를 잡기 전에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민망한 사진이 성희롱이 담긴 소문이되고, 그 소문이 남자애들의 성추행으로 번져 결국엔 성폭력까지
이르는 이 드라마는 너무나도 현실과 맞닿아 있다. 정말 몸서리 처질 정도로 드라마를 보다
그 보이지 않는 잔인함과 슬픔에 눈을 질끈 감아버릴 정도로 너무 아픈 드라마이다.
클레이가 테이프를 들으며 왜 서서히 미쳐갔는지 너무나도 절감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내 중학생과 고등학생 시절에서도 그런 소문들이 돌아다녀고 심지어는 해나가 당했던 성희롱적인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던 녀석들이 있었으며 그 소문에 눈물을 흘리던 짝꿍이 있었었다. 그런 짝꿍에게 나는
어떠한 위로의 말을 하지 않았었고 해나가 파티장에서 당했던 성희롱을 지나쳤던 것처럼 나도
그 일을 애써 외면했었다.
해나가 당한 성추행과 성희롱은 어떠한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도촬과 몰카 그리고 그 게시글에
달리는 수많은 성희롱과 역겨운 단어들은 너무너무 쉽게 볼 수 있다. 성추행은 어떠한가 여의도 어느 술집에서
높은 직급의 남자들이 낮은 직급의 여성들을 추행하는 장면과 여성 직장인을 기쁨조 취급하던 대기업의 문화
들에 역겨워했었으며 현실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나처럼 힘들어하고 아파하던 여성들이 나서고
있는 시대가 아니던가.
해나의 지목된 친구들이 애써 외면하려 하고 부정하려 했던 이유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 자신이
사소한 것이든 큰 일이건 그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사실은
가슴속 어딘가에 남아 먹물처럼 번저나가고 그들 스스로를 좀 먹게 된다. 그래서 클레이가 그 책임을 드러내보이려
할 때 자기방어외에도 자책감과 함께 어려운 감정을 얼굴에 드러낸 것이지 않을까.
작게는 친구와의 관계에서 실망과 그녀 스스로가 감당하기 어려운 소문과 오해들.
크게는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누군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마음,
그리고 그녀 자신이 겪은 수많은 성적 학대들.
클레이가 느낀 정의감과 책임감을 우리는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한번 돌이켜보게 된다.
미투운동이 부디 어떠한 목적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 가슴속에 양심과 책임 그리고 경각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이 명작은 캐릭터의 실제같은 호흡과 스토리 그리고 연계성에 기반을 한다.
해나의 의지를 이어받은 토니
해나의 희망을 이어받은 클레이
해나의 양심을 뺏어간 셰리
해나의 슬픔과 인간에 대한 실망을 안겨준 저스틴, 제시카, 알렉스, 코트니, 라이언, 포터 선생
해나의 죄책감인 제프와 제시카
해나의 영혼을 앗아간 마커스와 빌어먹을 개새끼 브라이스
해나의 부모님이 금전적인 이유에서 허덕임에 해나를 돕지 못한 상황
클레이와 해나의 풋익은 줄타기 사랑
해나가 겪은 끝도 없는 절망
물론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일부 있다. 특히나 종말에 이를 수록 정말 이렇게 까지 사람이 몰릴 수 있나
싶은 전개에서 살짝 너무하다 싶었다. 마지막 화에서 해나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꼈을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데에도 섬뜩하다. 포터 선생의 기계적이면서도 무심한 폭언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이
볼 수 있는 광경인가.
그런 연출을 보여주는 것이 해나와 클레이의 화면톤이라고 본다.
일말의 희망을 보려는 해나는 웜톤에서 진행되고
차가운 진실을 보는 클레이는 콜드톤에서 진행된다.
해나는 마음에 생체기는 클레이 얼굴을 통해 볼 수 있으며
해나와 클레이가 힘든일을 겪을 때면 같이 등장한다.
처음에 이런 연출 때문에 드라마를 보며 해나와 클레이의 풋풋한 사랑에서 미소를 짓다가도
아... 해나는 죽었지... 라는 생각에 감정이 복받쳐 오른게 한 두번이던가. 감독에게 뒷통수를 쎄게 맞는게
너무 많으니 뒤통수가 얼얼하다.
토니의 선곡센스도 한 몫하고 있다. 해나와 클레이 주제가와 같은 Lord Huron - The Night We Met은
가사를 들여다보면 클레이가 해나를 그리워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너무나도 할말이 많고 감정적이어서 더 쓰고 싶은 말이 많지만 몇가지 오래도록 감정적 기억으로
자리 잡을 장면을 꼽자면
토니가 클레이를 서글프면서도 묘한 책임감으로 바라보던 장면들
클레이와 해나가 월식을 보던 장면
클레이가 해나와 관계를 가지려던 순간 해나가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
해나 부모님이 약국에서 싸움을 계속하리라 다짐하던 장면
해나가 인형처럼 축 늘어져 영혼을 잃었던 장면
무심하게 테이프에 숫자를 쓰고 잘 마르도록 입바람을 불던 장면
마지막 해나의 죽음의 묘사와 어머니의 반응
아 왜 다 생각이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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